중3 여름방학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고등학교 영어는 언제부터 준비하면 될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숙제를 하나 먼저 내줍니다.
"고1 3월 모의고사, 시간 재고 한번 풀어봐."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영어 시험을
90점 이상 받아왔으니까요. 그런데 채점을 마치고 나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60~70점대에 머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 영어 못하는 거였어요?"
저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합니다.
"아니.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시험이 달라진 거야."
중학교 영어와 고등학교 영어는 평가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중학교 내신은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교과서와 시험 범위를 충분히 익히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고1 3월 모의고사는 처음 보는 지문 45문항을 70분 안에
해결해야 합니다. 암기가 아니라 읽는 힘과 해석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그 차이를 처음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3 여름방학에 미리 경험한 학생은 준비할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1 3월 모의고사에서 처음 충격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첫 내신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때부터 읽는 힘까지 새로 키우려면 부담이 훨씬 커집니다.
그래서 중3 여름방학은 단순히 중학교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고등 영어를 가장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입니다.
첫째, 고1 3월 모의고사 기출 단어부터 시작하세요.
고등학교 영어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어휘입니다.
중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 단어들이 한 지문에 여러 개씩 등장하고,
단어 하나를 모르면 문장 전체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방학 동안은 욕심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 30개씩 외우고, 주말에는 그 주에 외운 단어를 모두 복습하세요.
새로운 단어를 많이 보는 것보다 외운 단어를 오래 기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둘째, 문장 구조를 읽는 연습을 시작하세요.
중학교에서는 문장이 비교적 짧아 구조를 정확히 몰라도
해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지문은
한 문장이 두세 줄 이상 이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주어와 동사를 놓치면 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실수를 합니다.
아는 단어만 이어 붙여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 버리는 것.
저는 이걸 수업 시간에 '창작 해석'이라고 부릅니다.
학생들은 웃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가장 위험한 습관입니다.
읽은 것이 아니라 추측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학 동안은 하루 한 지문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문장의
주어와 동사만 표시하며 읽는 연습을 해 보세요.
처음에는 속도가 느려도 괜찮습니다. 이 훈련이 쌓이면
긴 문장을 읽는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셋째, 고등 준비를 한다고
중3 2학기 내신을 놓치면 안 됩니다.
매년 비슷한 경우를 봅니다. 고등학교 준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3 2학기 내신을 소홀히 하는 학생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는
중3 2학기 성적도 고입에 반영됩니다. 고등학교를 준비한다고
현재의 내신을 포기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저는 보통 고등 준비 7, 내신 관리 3 정도의 비중을 권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중3 여름방학부터 수능 문제집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의욕은 좋지만 순서는 조금 다릅니다. 고1 3월 모의고사도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학생이라면, 수능 문제는 실력을 키우기보다
자신감을 잃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공부는 결국 순서입니다.
고1 3월 모의고사가 편해졌을 때 그 다음을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중3 여름방학은 중학교 영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고등학교 영어의 출발선을 앞당기는 시간입니다.
고1이 되어 처음 충격을 받을지, 아니면 "생각보다 할 만한데?"라는
마음으로 시작할지는 이번 방학에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별한 공부법이 성적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 먼저 시작한 준비는 분명히 큰 차이를 만듭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데 등급이 안 올라요."
특히 고2가 되면 문제를 많이 푸는데도 3등급에서 몇 달째 멈춰 있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때는 더 많이 푸는 것이 답이 아니라,
읽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기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왜 고2에서 3등급 정체가 시작되는지,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 무엇을 바꿔야 2등급의 벽을 넘을 수 있는지
실제 시험 분석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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