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첫 수업에 들어가면
교실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드디어 끝났다!"
"이제 좀 쉬어야죠."
아이들 표정만 봐도 마음이 읽혀요.
시험 기간 동안 정말 고생했으니까요.
저도 "푹 쉬어."라는 말을 먼저 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꼭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영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처음에는 대부분 웃습니다.
"에이~ 방학인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년 9월,
첫 시험이 끝나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들 알게 됩니다.
국어는 방학 특강을 듣고,
수학은 선행을 나가고,
과학도 문제집을 한 권씩 끝냅니다.
그런데 영어는 이상하게 항상 뒤로 밀립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는 그래도 좀 하는 편이라
괜찮을 것 같아요."
사실 이 말이 제일 위험합니다.
영어는 잘하는 아이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가장 빨리 감이 떨어지는 과목이거든요.
특히 방학은 더 그렇습니다.
9월 내신 범위를 보면
대부분 방학 동안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교과서 본문과
모의고사 지문으로 시험이 만들어집니다.
개학하고 나서 단어를 외우기 시작하면
이미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때부터는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시작이 늦었던 것이 됩니다.
그 차이가 결국 등급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방학 영어를 절대 거창하게 계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욕심내는 계획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학생들에게는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합니다.
1. 하루 30개의 단어
30개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10~15분이면 끝납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주말에는 반드시
한 주 동안 외운 단어를 다시 보는 것.
이걸 하지 않으면
방학 내내 외웠던 단어가
개학할 즈음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분명 외웠는데 기억이 안 나요."
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복습하지 않은 단어는 생각보다 정말 빨리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단어보다 복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 하루 한 지문을 제대로 읽기
방학에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한 지문을 깊게 읽는 연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문장을 끊어 보고,
주어와 동사를 찾고,
수식 관계를 확인하고,
왜 이런 해석이 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
이런 공부는 학기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거의 하지 못합니다.
시험지를 분석해 보면
학생들이 틀리는 문제의 대부분은
어려운 단어 때문이 아닙니다.
문장 구조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단어를 다 알아도 해석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방학만큼은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한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 힘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앞으로
제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학교별 시험은 어떤 유형이 반복되는지,
모의고사와 내신은 어디에서 연결되는지,
학부모님은 아이 영어를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인터넷에 떠도는 공부법보다,
제가 직접 시험지를 만들고 분석하면서
확인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건,
결국 성적을 올리는 아이들은
특별한 공부를 하는 아이가 아니라
기본을 꾸준히 하는 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1, 중3, 고1, 고2가 방학 동안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학년별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같은 영어라도 학년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것은 꽤 다르니까요.
혹시 지금 "방학인데 영어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하루 20분만 먼저 시작해 보세요.
9월 시험이 끝난 뒤,
그 20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었는지 분명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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